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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원 부랑자의 귀소 본능

판타지 세계 속 더범새는, 어느 날 융터르와 똑같이 생긴 인물과 마주치게 된다. 다른 AU에서 왔다는데…? 유명 파티 더러운 범죄자들–세간에선 보통 더러운 범죄자 새끼들이라고 불리는–의 소속원이자 마법사 카르나르 융터르는 웬 붉은 장막에서 튀어나온 남정네를 한참 쳐다보았다. 그 꼬나보는 시선이 따끔했는지, 남자가 정리되지 않은 머리칼을 긁으며 마법사를 바라보았다. 그렇게 흐르는 정적 속에서 이거 어떡하지, 하는 표정을 지은 남자는 뻘쭘하게 입을 열었다. "…Hey?" "…당신 뭐야?" "그으, 설명하자면 복잡한데. 어떻게 하다 보니 이렇게 됐어." 융터르는 쓸데없는 정보만을 발설하고는 실실 쪼개는 남자의 면상을 후려치고 싶었다. 하지만 그는 문명인이자 마법사였기에 충동을 고상하게 참아내고 보다 품위 있..

더범새 합작 2025.06.07

애늙은이

What If: 도파민 박사의 젊음젊음빔을 XX가 맞았다면? 융터르는 눈앞에 들이밀어지는 총을 보며 생각했다. 망했다. 이윽고 창백한 빛이 사방을 메웠다. 실상에 비해 대단히 심각해 보이는 이 사건의 전말은 다음과 같았다. "그 영감탱이, 이 시간엔 연구소에 없습니다." 맛있는 거 먹으러 간다고. 말을 가볍게 덧붙인 소피아가 등 뒤의 화이트보드를 탁탁 두드리다가 반짝 올라온 손의 주인에게 턱짓했다. 그때까지 계획을 의심하던 융터르도 자그마한 체구의 소녀에게 고개를 돌렸다. "에, 비소 님. 말씀해 보십쇼." "파니랑 파고는요? 그 둘도 없나요?" 딸깍, 딸깍. 보드마카의 뚜껑을 여닫기를 반복하던 소피아가 어깨를 으쓱거렸다. "모르겠습니다? 마주쳐 본 적이 없는데." 이후로도 의미 있는 말이..

더범새 합작 2025.05.03

[해군&해적 합작] 그들의 낭만

"도둑이야!" "아이, 저 도둑 아닙니다!" "네가 도둑이 아니면 뭐야!" 억울하다는 듯 손짓하는 복면 쓴 –아마도– 청년의 손아귀에서 은화 몇 닢이 반짝거리고 있었다. "전 그냥 이쪽 동네에서 먹고사는 사람입니다! 도둑질 그런 거 안 합니다!" "그럼 네 손의 그건 뭔데!" "어… 생계 활동의 일환입니다." "그게 도둑질이야 이 자식아!" 난데없이 벌어진 요란스러운 촌극에 사람들의 시선이 모였다. 시선을 의식한 청년은 하나 둘 모여 이내 작은 인파를 이룬 사람들을 흘긋 보더니 슬금슬금 몸을 뒤로 물렸다. 누가 봐도 도주를 준비하는 것이었기에 은화를 빼앗긴 상인이 달려들 기색을 흘리자마자. "볼일 끝나셨으면 이만 가보겠습니다!" 이제는 도둑임이 확실한 청년이 꽁지 빠지게 도망을 쳤다. 등 뒤로 꽂히..

단편 2025.03.30

비극의 대단원

BGM - Bad End 인간에게 금기시되는 탑의 꼭대기. 그 정상까지 처절하게 기어 오른 인간이 뇌까렸다. "누가 어디인진 당신들이 정하는 게 아냐." 보기 좋았던 추억은 닳아 없어져 원망만이 남았다. 깨져버린 현재를 외면하고는 해진 기억만을 그러쥐며 살아갈 바엔 내 손으로 망가져가는 미래를 쏘아 그 잘난 궤도에서 추락시키고야 말겠노라고, 그는 더러운 뒷골목을 지나며 다짐했다. 우리 세 사람의 우정이 영원토록 함께한다는 동화는 진작에 끝났으니까. 이것은 부와 명예를 대가로 과거를 내버린 이에게 과거가 내리는 심판이었다. 후회하게 될 거라고, 몇 번이고 일러줬지만 외면한 건 그쪽이었으니까. 경고를 지키지 않은 자에겐 사고가 뒤따르는 법이다. 한 층씩, 한 명씩, 차례대로 꺾어가며 비극의 꼬리와 몸을..

단편 2025.03.02